최신시사상식
오늘날 우리
toto le heros
2011. 1. 9. 02:07
'입사'한지 반 년이 넘어가는데, 아직도 교육중이다. 이리도 많은 것을 가르쳐가며 천만원이 넘는 돈을 통장에 넣어주는 회사가 이해가 가질 않으면서도(근데 그 돈은 다 어디에 간거지?)..이 부의 원천도 실은 어디의 누군가의 노동으루부터 비롯된 것인지 조금씩 알게 되면서, 두려움은 줄고 오히려 막연함은 늘고, 차츰 미안해진다. 오늘보다 내일 더 미안한 마음으로 살아가야지..
오늘 만난 그는 십년동안 알고 지낸 친구였는데, 십년만에 처음으로 가장 우울한 모습을 보았다. 멍하니 창밖보는 모습이 안쓰러워 머리를 쓰다듬고 어깨를 도닥인다. 사실 아직 손에 쥔 카드가 많은 그는 분명 며칠 뒤에 잘해낼 것이고, 나보다 더 잘살겠지만, 누구에게나 위로가 필요한 순간이 있고 나는 위로할 깜냥이 있으니까..
오고가는 길에, 십이월 마지막 한 주에 일했던 백화점 매장에 가서 함께 일했던 분들께 비타오백 한병씩으로 간단히 새해 인사를 갈음했다. 그 길에 흩는 눈발이 있었고, 정처없이 허공을 맴돌다가 차들이 휩쓸리고 인파에 밟히며 보도의 어느 한 자리에 누웠다가, 선배들 틈에서 얼거나 녹거나 흐르거나 한다.
지난해부터 참, 겨울이 겨울답다. 겨울마다 원래 눈은 원래 많았던 것인지. 또 이리도 추운 것이 온당한 것인지. 아직 명도가 다 올라오지 않은 사위를 헤어나오는 평일의 아침마다, 자박자박 발 밑으로 아직도 하얀 알갱이를 밟는다. 몇주동안 녹지도 얼지도 흐르지도 않던 것이 오늘은 누군가 뿌린 염화칼슘과 섞여 슬그머니 아스팔트 속에 스미고 있다.
인종갈등이란 주제를 재난영화의 문법으로 푼 토미 리 존스 주연의 십칠년전 영화 '볼케이노'의 거의 마지막 장면에서, 흑인 백인 황인이 화산재를 뒤집어쓰고 허옇게 변한 모습을 보고 한 꼬마는 '우리 모두 똑같아요!'라고 외치는, 참 누가 봐도 뻔하지만 잔잔한 감동을 주는 장면이 있다. ...밤새 하얗게 쌓인 눈은 이 성채같은 도시의 정주민들을 각자의 자리'로부터'('-에'가 아니라) 고립시킨다. 무슨 말이냐면, 눈이 오면 세상은 신세계가 되고, 정주민들은 속절없이 하얗게 변한 세상에서 낭만에 젖거나 혹은 투덜거리거나 하며 눈[snow] 때문에 부신 눈[eye]을 부빈다. 앞으로 펼쳐질 삶을 여생으로 여기게 되는, 길가다 어깨 부딪치면 열에 아홉일 '회사원'이 된지라 눈오는 날의 고생스런 출근길이 주는 세속적 고난에 대해 매일매일 체험하면서도.. 그래도 눈쌓인 풍경이 주는 평등과 박애의 감상을 잃지 않았다는 게 새삼 다행스럽다.
'지난해'가 된 2010년 하반기에 나는 참 많은 일을 겪었다. 마음 아픈 일이 많았고, 즐거운 일도 더러 있었다. 그 통에 좋은 사람들을 새로 알게 되고, 크리스마스 이브도, 해가 바뀌는 순간에도 회사에서 알게 된 친구와 함께였다. 일주일 내내 보아놓고는 그들과 또 무슨 재미가 있겠냐 싶다가도, 사실상 '전우'인 그들과 지리멸렬한 맥락을 벗어나 일탈하고 싶어지는 마음들을 이제사 이해하고 나니, 인생의 많은 순간들이 서로 교통하지 못하고 서로 배반하고야 마는 것이야말로 종종 생을 다채롭게도 하고, 고통스럽게도 한다는 사소한 진리를 맘에 새기게 된다.
이삼년동안 블로그, 로 옮겨와서 연말이면 늘 연말결산 하며 '올해의 뭐뭐'를 운위했는데, 그냥 올해는 생략해야지.
'우리'라는 대명사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사람들..그게 가족이 되었든 연인이 되었든 동료가 되었든 혹은 국가나 민족, 인류가 되었든, 오늘날 우리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모처럼 평온한 주말 밤이라, 나조차 찾지 않는 내 블로그에 험블하게 포스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