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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don Kremer & Kremarata Baltica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11. 6. 03:16

지난 월요일(10월 29일) 경희와 올해 첫 음악회 나들이를 다녀 왔다. 기돈 크레머와 그가 이끄는 현악 챔버 앙상블의 크로스오버 연주였는데, 공연은 기돈 크레머가 이끄는 곡이 절반, 앙상블만 연주하는 곡이 절반으로 시기상 가장 '오래된' 곡이 바르톡이고, 2부의 경우엔 몇곡을 제외하면 영화음악으로 선곡되어 부담없이 즐기기에 좋았다.
특별히 '보고 싶은' 바이올린 연주자가 몇몇 있는데, 매년 한국을 찾아오는 기돈 크레머가 첫손이었고 이차크 펄만, 안네-소피 무터 정도. 이번 공연은 프로그램도 재미있을 법한 데다가 티켓값도 비교적 합리적이어서(3층 4만원) 골라 다녀 왔다.
대체적으로 프로그램은 유머와 우아함을 동시에 잡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라고나 할까. 1부의 바르톡의 디베르티멘토는 처음 듣는 곡이었지만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곡이었던 한편, 키씨네라는 동시대의 작곡가가 악단을 위해 작곡했다는 '뱃노래'라는 곡은 난해함의 극치. 2부의 곡들 가운데 '기돈'이라는 부제가 달린 한 곡 역시 대단히 난해. 나머지 곡들은 익히 알려진 영화음악들이었던 데다가, 2부의 오프닝과 커튼 콜을 위해 편성한 행진곡풍의 서곡은 매-우 유머러스했다.
공연장의 객석은 비교적 많이 들어찬 편이었는데, 협찬사인 국민은행이 공짜표를 남발한 덕분에 부자손님들과 함께 공연을 보았건만, 프라이빗뱅킹을 이용하시는 그분들은 어째 박수치는 타이밍을 못 잡으시는지. 공짜표로 C석을 뿌리지는 않았을 것 같건만 C석에 앉은 많은 분들도 답답한 매너를 보여주기는 매한가지였지만, 무어, 재미 있었고오. 일단 기돈 크레머와 그의 악단부터가 턱시도나 드레스를 입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저냥 넘어갔다.
공연장에 자주 가는 편은 아니지만, 갈 때마다 드는 생각은 그 수많은 공연장 에티켓들은 누가 그렇게 만들어놓은 걸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우리나라 클래식공연의 입장료는 제법 비싼 편이다. 특히 외국의 유명 오케스트라나 연주자가 오면 값은 천정부지다. 작년에 내한한 빈필이나 뉴욕필은 30만원짜리, 25만원짜리 표가 주로 팔렸다. 그래서일까 어쩐지 공연장 룰도 제법 고압적이다.
물론 클래식의 특성도 감안해야겠지. 우리는 영화를 보러 갈때 감독이 누구고, 주연 배우가 누구고, 무슨 장르고 하는 걸 모르고 볼 때도 많다. 어차피 영화라는 게 장르적 규약이란 게 있고, 대충 보다보면 이해가 되니까. 하지만 클래식 음악은 저변이 없으면 즐기기 어렵다. 특히 성악곡이나 오페라는 원어로 불러버리면 자막도 나오지 않으니 나는 사실 오페라 같은 건 본 적도 없다. 그러니 공연 프로그램을 파악하고 어느 정도 곡을 숙지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하자.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연장에서 눈을 감고 조는 사람을 무시할 필요가 없겠지. 좋은 음악을 들으며 편한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것만큼 좋은게 어디 있을까. 코를 골거나 한다면 문제가 있겠지만, 난 그 '몸에 좋은 음악', 그러니까 디지털 환경에 지친 몸이 정말 현장에서 들려오는 아름다운 소리에 파묻혀 눈을 붙이는 것만큼 사치스러운 휴식이 없다고 생각한다.
ps. 어디선가 본 '박수 치는 타이밍'이란다. 좀 코미디 같긴 하다.
- 연기자의 연기에 큰 감동을 받았을 때(명연기, 명대사)
- 최후의 막이 내렸을 때
- 절정에 오른 후 다음 연기, 다음 대사로 넘어가는 찰나(잠시의 휴지기간)
- 교향곡이나 협주곡 등 악장의 수가 3-4악장으로 되어 있는 곡은 모든 악장이 끝난 후에 박수를 쳐야 한다.
- 성악의 경우, 프로그램을 보면 3-4곡씩을 묶어 놓고 있는데 한 묶음이 끝날 때마다 박수를 치면 좋다.
- 기악연주의 경우, 한 악장으로 되어 있거나 소품일 경우는 곡이 끝날 때마다 박수를 칠 수 있다.
- 오페라의 경우, 아리아나 이중창 등이 끝나면 박수를 쳐야 하고 환호하는 뜻에서 '브라보'를 외쳐 가수들을 격려한다.
- 국악(궁중음악)의 경우, 집박하는 이가 입장할 때부터 인사를 할 때까지 박수로써 음악을 청하는 것이 좋고, 음악이 끝날 때도 집박이 박을 치면 박수로 답례하는 것이 좋다.
- 국악(정악)의 경우, 음악의 끝은 일정한 신호 없이 조용히 마무리되는데, 이때 음악의 여음이 어느 정도 잦아들 때까지 기다렸다가 박수로써 음악에 답례하는 것이 격에 맞는다.
- 국악(민속음악)의 경우, 청중들은 음악에의 느낌을 비교적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판소리나 사물놀이의 경우, '얼쑤','좋지','잘한다','얼씨구','그렇지'등의 다양한 추임새나 열광적인 박수는 연주자들과 관중들 모두의 흥을 돋울 수 있다. 그러나 아무 때나 박수를 치고 소리를 질러서는 안되고, 언제 어떻게 자기의 음악 느낌을 표현해야 할지 차츰 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나친 추임새나 격에 맞지 않는 박수는 음악의 맥을 끊어 감상에 방해가 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또, 어떤 경우에도 괴성이나 휘파람, 또는 곡이 완전히 끝나기 전의 박수는 안된다. 그리고 템포가 빠른 곡이라고 해서 음악에 맞춰 박수를 치는 것도 예의가 아니다.
민속음악이 제일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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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래도 '공짜표손님'이 많은 건 싫은 일이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