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에 적힌 말들
<사람이었네>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11. 23. 16:32
어느 문닫은 상점
길게 늘어진 카페트
갑자기 내게 말을 거네
난 중동의 소년
방안에 갇힌 열 네살
하루 1달라를 버는
난 푸른 빛 커피
향을 자세히 맡으니
익숙한 땀, 흙의 냄새
난 아프리카의 신
열매의 주인
땅의 주인
문득, 어제 산 외투
내 가슴팍에 기대어
눈물 흘리며 하소연하네
내 말 좀 들어달라고
난 사람이었네
공장속에서 이 옷이 되어 팔려왔지만
난 사람이었네
어느 날 문득 이 옷이 되어 팔려왔지만
자본이라는 이름에
세계란 이름에
정의란 이름에
개발이란 이름에
세련된 너의 폭력
세련된 너의 착취
세련된 너의 전쟁
세련된 너의 파괴
붉게 화려한 루비
벌거벗은 청년이 되어
돌처럼 굳은 손을 내밀며
내 빈가슴 좀 보라고
난 심장이었네
탄광속에서
반지가 되어 팔려왔지만
난 심장이었네
어느날 문득 반지가 되어 팔려왔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