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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보다보다 너무 구려서 오랜만에 포스팅.
난 원래 박찬욱을 좀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그건 박찬욱이란 개인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괜히 싫어하는.. 그런 것에 가깝다. 뭐 그러다보니 그의 영화도 딱히 좋아라하지는 않는다. 박찬욱의 영화, 그러니까 <올드보이>나 <JSA>는, 재미는 있었지만, 사실 '재기발랄'하다는 것 말고는 좀 아니었다는 생각도 들고.. 뛰어난 원작과 훌륭한 각본가에 기대고 있는 <JSA>는 그렇다치더라도, 사실 그 복수 3부작들, 특히 걸작이라고들 하고 상까지 받은 <올드보이>의 (문학적인 측면에서) '주제의식'이란 게 거장의 그것만큼 치열한가? 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나만 그런가? DVD도 살만큼 괜찮은 영화라고 생각하긴 하고, 사실 잘 찍긴 했지만.
찬욱이 횽아와 곧잘 비교되곤 하는 타란티노가 천의무봉의 스타일로 그 영화적 (무)내용을 압도하는 천재적인 성취를 이루는 반면(일테면 <킬빌1>, <데쓰프루프> 같은 근작들의 천재적인 리듬감각), 찬욱이 횽아에게는 그런 게 없다. 그저 '나좀영화잘하지?' 이런 젠체하는 것뿐. 사실 박찬욱이라는 개인이 싫다고 말한다면 그런 점들이 싫었는데(사실 이건 박찬욱 좋아한다고 말하는 팬덤들에게도 공히 느끼는 감정), 이번 영화가 딱 그렇다. 그러나 사실 이 모든 셋팅과 미장센이 전부 클리셰같고 그래서 전부 데자뷰같다고 한다면, 찬욱이횽아는 '그래 내가 원래 페스티쉬도 잘해' 이러고 말 것 같아서 그냥 진부하다고 해둬야겠다. 난 영화 보는 내내 정말 지루하고 따분하기 짝이 없더라.

영화는 크게 두어가지 이야기를 섞어 놓았는데, 하나는 뱀파이어 신부 얘기고, 하나는 콩가루 가족 얘기. 다른 하나는 그 두 가지 이야기를 엮는 연애담이다. 그러니까 사실 두 가지 이야기가 새끼줄처럼 꼬여 있다고 하는 게 맞는데, 그 매듭이 여간 엉성한게 아니다.
종교와 구원에 관한(,,이라고 하기엔, 좀 종교적인 색채가 상당히 엷거나 없다, <밀양>같은 그런게 절대 아니다)  주제는 신부(father)를 통해 다루고, 가족 삼각형과 욕망의 제문제는 콩가루 가족 쪽에서, 특히 엄마(mother), 그러니까 첫번째 대상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푸는데.. 이 얼개들의 순서가 뒤죽박죽이고 짜임새가 엉망이다(아마 감독이나, 팬덤에서는 이런 반응을 두고 '영화적 무지'라고 하겠지, 이상하게 박찬욱에 관해서는 그런 경우가 많다, 봉준호랄지 홍상수랄지 김지운한테는 안 그러면서). 굳이 해석점을 잡으면, 송강호는 눈이 먼(거세된) 아버지 신부 밑에서 자랐고, 이브의 유혹을 받았다가 뱀파여가 되서 신의 권능을 손에 얻는 듯하다가, 그러다가 아들에게 눈을 뜨게 해달라고 하는 아버지신부에게 실망을 좀 해 주시고, 그러다 결국 욕망(혹은 남근, phallus)을 얻게된 신부가 살인하고, 심지어 살부하고 설치다가 자살하는 이야기가 있을 거고.. 근데 이게 뭔가 전혀 엉뚱하게도 아버지의 보혈(이건 중의적인 의미가 있다, 세상에 그 눈먼 아버지가 죄사함을 주시고 보혈을 베푸시다니..그게 예수의 메타포로 기능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근데 왜 죽이는 거야? 안티크라이스트야?)로 은사받은 뱀파이어가 된 송강호는, 결국 끝에 가서는 왜인지 모르게 선량하고 .. 다른 말로 빗금쳐진 혹은 억압된 그런 캐릭터가 되어 그렇고 그런 안전하고 보수적이고 (동시에 마초적인 남자 남자 남자) 이해하기 어렵고 재미마저 없는 얘기로 끝나고.
엄마와 딸 쪽 얘기로는, 엄마는 항상 부릅뜬 눈(혹은 사악한 눈)을 하고 있는 아버지적 어머니상이고, 근데 뭔가 전혀 엉뚱하게도 (시)어머니를 엄마라고 부르며 어머니의 시선을 탐하는 요사스런 여자가, 아까 그 신부를 만나서 섹스하고 죽어가는 얘긴데.. 크레딧 보니까 무슨 뭐 원작이 있는데, 이야기의 만듦새로는 콩가루 가족 얘기 쪽이 좀 더 만듦새가 좋은 걸로 봐서 그쪽이 원작일 공산이 크다(확인도 안 하고 이런 얘기 한다고 팬덤들은 뭐라고 할 거다-_-) 영화에 분명하게 표현은 안 되어 있는데-_-, 아마 원작은 어머니의 딸(이자 며느리)이, 자기는 딸이고 싶은데 며느리 대접밖에 못받아서 외간남자 끌어다가 마마보이인 오빠이자 남편을 죽이고 재가하는 그런 내용...이 아닐까. 뭐 여튼. 그 여자는 결국 (시)어머니의 '부릅뜬 눈' 앞에서 장렬히 전사(전사라고 표현해야 하는 이 엄청나게 웃긴 마지막 장면). 끝.

하여튼 이 문제작 <박쥐>는, 뱀파이어 혹은 스릴러 혹은 팬터지.. 등 장르 영화로서의 만듦새도 엉망이고(그러니까 사실 '삐끕 영화'라고 불러주기도 민망하다, 삐끕 영화의 미덕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다), 어느 한 장면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데가 없고, 대사들도 가오만 잡고 유머가 없고 의미도 없고, 매 장면마다 '아, 씨바 제발 다음 장면이 이런 것만은 아니기를' 하는 장면이 바로 다음 붙어 나온다(일테면.. 송강호와 옥삔양의 섹스 도중에 중간에 웃고 있는 신하균.....이건 좀....정말 돈내고 극장가서 이런 우스꽝스러운 그림은 보고 싶지 않았다). 대부분의 액션 장면은 동선이 어색했고. 처음으로 점프하는 장면의 경쾌함은 마음에 들었지만, 영화 가운데 유일하게 볼만한 장면으로 끝이 났다. 아.. 마지막 장면의 로케는 멋지더라, 우리나라에 그런 멋진 일출을 볼 수 있는 불모지가 있다니 싶던데, 그런데 주인공 투샷은 80년대 일본영화 풍이다. 혹은 나는 이와이 슈운지의 <피크닉>의 마지막 장면이 떠올랐다. 슌지 쪽이 훨씬 뛰어나다. 뻔질나게 나오는 섹스씬은 박찬욱 본인의 사심이 들어갔던 게 아닌가 의심이 될 정도로 민망하다. 옥삔양에 대한 성적 팬터지를 대국민적으로 광고하는 느낌? 극장에 앉아 섹스신 보면서 옆사람이랑 같이 보기 민망하다고 느낀 적은 처음일 정도로, 일본 (잘 못 만든) 핑크무비스럽다. 송강호의 성기노출장면이 논쟁이 되네 어쩌네 하는데, 확실히 불필요한 노출이다. 거기서 송강호가 일부러 성기를 좌중에게 내보인 것, 그리고 그것이 또 발기하지 않았다는 것, 뭐 이런 게 의미가 있다는 건 알겠는데, 그럴바에는 차라리 팬티를 벗지 않았던 편이 낫다. 송강호 곧휴를 보고 싶지도 않았고. -_- (황우슬혜는 대체 거기 왜 나온거야? 배우가 아깝...다는) 그러고보면 출연한 배우들의 면면은 훌륭한데, 몇몇 연기는 손발이 오그라든다. 신하균 웃는 표정은 왜 신하균이 계속 이런 역할밖에 못하나 알려주는 것 같아서 슬펐고, 송영창 같은 대배우를 불러다놓고 굳이 수퍼이고 분위기만 풍기는 것도 웃긴다. 오달수는 옥삔양과 러브러브씬하는 호사를 누렸지만 왜 나왔는지 알 수 없는 캐릭터로 연기했고... 그나마 연기 가운데에는 김해숙의 눈빛 연기가 볼만하다. 옥빈양? 미모는 눈부시지만, 싸이코 연기는 그냥 '유형'만 있다. 사실 한술 더떠 송강호에게는 '상황'만 있다. 송강호가 맡은 캐릭터에게는 '인물'은 커녕 유형도 없다. 당장 이브의 유혹에 빠지게 되는 '계기'도 없고, 옥삔양의 유혹을 받아들이게 된 '욕망'도 불분명하다.
음악도 혼자 앞서나가고, 특히 섹스신에서의 음악들은 어찌나 어색하던지.. 혼자 막 스트링이 장엄하게 울려주시는데.. 어휴. 음악 얘기 하니까, 이 영화 영어 제목이 '갈증'인 건 이해하지만, 굳이 그 할짝할짝 거리는 음향 일부러 강조 안해도, 익스트림 클로즈업한 그 혀, 움직이는 것만 봐도 충분히 느낌이 온다. 극장 시설로 듣는 할짝 사운드는 제법 듣기 괴로웠다. 류성희 미술도 이 영화에서는 불필요하게 튄다. '금자씨' 때도 좀 그랬던 거지만.. 올드보이에서는 간지라도 났지.. 대체 그 방에, 거기에 벽걸이 티비는 왜 걸어 놓은 것인지? 소니에서 협찬해줬으니까 일단 걸었나? 이런저런 소품 셋팅 얘기하니까 그것도 그래, 왜 하필 마작을 하고, 잘 안 알려진 전통가요(김해송인지 뭔지)를 듣고, 소주를 마시지 않고 보드카를 마시는 거야? (것도 보드카도 앱솔루트 안 마시고 꼭 러시아제 스미노픈지를 먹는다) 완전 허세 쩔어..

<친절한 금자씨>는 그래도 시나리오가 잘 빠져서 그럭저럭 재밌게 봤는데,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사이보그지만 괜찮아>를 볼 기회가 없어서 볼까말까 고민했는데, 아무래도 앞으로도 안 볼 것 같고. 박찬욱의 신작들이 나와도, 아마 입소문이 무지무지 좋지 않으면 돈 주고 볼 일은 없을 듯하다. (사실 오늘도 씨지비 포인트로 공짜로 보았으니 망정)

...사실 영화 이렇게 만들어 놔도 거장이니 작가니 대접받고, 앞으로도 께속 깐느 그랑프리 수상 감독으로 투자받고 관객들고 팬덤들 사이에서는 정신분석학적 해석 머시기(아마 김해숙의 눈앞에서 벌어지는 송강호옥삔양의 섹스씬 뭐 이런거 히치콕이나 린치에 비견시키고 이런 사람 꼭 있을듯)하면서 자화자찬할 거 같은데.. 그래 사실 나 그게 다 부러워서 그런거다. -_-


왠지 이렇게 써놓으면 찬욱이횽아 좋아하시는 분이 리플로 뭐라뭐라 써놓을 것 같은데

라고 써놓으면 악플은 면할 듯 싶네. 하하 -_-

Posted by toto le her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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