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에 CJD 바이러스(이런 용법도 재밌는 것 같아서 미는데, 주위에선 별로 반응이 없다-_-. 참고로 국내 활자매체 언론사 세 곳을 지칭한다. 이쯤되면 다들 알겠지?) 가운데 꺼 시험보고(...사회적인 크로이츠야콥병 취급을 해 놓고 시험을 보고 앉았고..아하하하), 일요일, 월요일 이틀동안(사실 화요일에도 서너 시까지 썼으니 화요일도 포함) 4편의 글을 뚝딱 쓰다보니.. 이건 뭐.. 문장들이 눈뜨고 봐줄 수가 없다. -ㅅ-
예를 들어 대표적인 황당 문장은 꿀벅지 관련 글에서 만 레이의 모델이자 장 꼭또의 <어느 시인의 피>에 출연했던 리 밀러는 만 레이의 모델이었다. 이다. -_-;; 마지막 '만 레이의 모델이었다' 대신 '전형적인 남성적 응시의 대상이었다.' 정도로 고쳐야 했다. 나머지 글들에서도 사소한 문장 단위의 실수가 많았다. 문단 배열을 통으로 옮기다가 부사어를 바꾸지 않고 그대로 두어 어색한 곳이 몇 군데 있다. 그러면서 접속사도 간혹 잘못 사용되었다. 토씨가 잘못 쓰이면서 비문처럼 보이는 곳도 있고(예를 들어 '~의 ~를'을 '~를 ~를'..오호리..).
오랜만에 타이트하게 글을 쓰면서 느낀건데, 하여간 글을 잘 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되도록 안 쓰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 안 쓰는 것이 아니고, 결국 다 쓴 다음 도로 다 지우는 것이다. 글은 경제적이어야 한다. 하나마나한 말은 안 쓰는 것이 좋다. 그러나 난 언제나 중언부언하고 덧칠을 해놓지 않으면 분량을 채우기가 힘들다. -ㅂ-
뭐...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루비콘 강에서 익사하고 말리라. 꼬르륵..
어제오늘은 저녁때 집에 앉아 중학생들 질문 올라오면 답글 달아주는 알바를 하고 있다. 답글을 달 때마다 내 인생의 모토인 '이게 다 뭔가'를 떠올리게 된다. 얘들아.. 그런 사소한 건 궁금해 하지 않아도 돼.. 난 걍 무시하고 넘기며 살았건만, 너희들이 가고 싶어할 만한 대학 중 한 곳에 다닌단다.. 라고 쓰고 싶다. 아이들이 교과서와 문제풀이 말고 다른 걸 궁금해 했으면 좋겠다. 아마 이 알바를 하고 있는 다른 학생들도 비슷한 감정을 갖고 있을 것이다. 가끔씩 '공부가 너무 지겨워요' '왜 이런 걸 하는지 모르겠어요' 같은 글이 올라올 때면 맘이 약간 아프기도 하다. 정말 심각한 고민꺼리라서 이런 데 그런 글을 올리는 건 아니겠지만, 하고 생각하다가도, 지나가는 쉬운 말로도 얘기할 곳이 없으니 익명의 누군가에게 그렇게 한숨을 쉬는 게 아닐지, 하는 생각이 들면 또 이런저런 얘기를 해준다. (걍 '집중이 안되요!' '할게 너무 많아요!' 이런 글 쓰는 애들은 예외다) 군고구마, 직사광선, 용광로 등 따뜻한 말(?)을 해주고 나면, 도로 와서 읽고는 '매우 만족' 이런 평가 버튼에 클릭을 하고 간다. 귀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내가 너무 깊이 생각하는 건가?-_-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기본급 25만원에 추가급이 17만원인데 페널티 13만원.. 세 명이 나눠서 하고 있고, 결국 시급 5천원이 조금 안되는게 된다. 차라리 하지 말걸 싶기도.
그러고보니 이런 류의 '근황 포스팅', '일기글'은 이 블로그에서는 거의 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막상 시작하니 또 말이 술술 나온다. 역시 난 수다쟁인가.. -_- 내가 누군지 알고 여기 올 만큼 친한 사람들이면 다 아는 얘기겠지만.. 현재 한창 구직중이다. 국내 몇 대 재벌 회사, 이런 곳들에 닥치는대로 원서를 던지고 있다. 직종도 다양하다. 유통, 상사, 화장품, IT, 전자..등등. 입사지원서와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예전에 소설 쓰던 것보다 더 많은 구라를 적고 있는 기분이 든다. 가끔은 정말 솔직하게 쓰고 싶기도 하다. 예를 들면
1. 우리 회사에 지원하게 된 동기와, 직무에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이유
: 닥치는대로 원서를 넣고 있는데, 오늘이 마감인 기업이 당신네 회사다. 돈만 주면 시키는 일은 다 잘할 수 있다. 그러니 닥치고 뽑아 달라.
2. 우리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것과 우리 회사에 바라는 점
: 급여만큼의 노동량, 규정만큼의 노동시간, 상여금, 휴가, 직원할인.. 다 그런거 아닌가?
3. 자신의 재능
: 딱히 없지만 시키면 남들만큼 흉내는 낸다. 까짓꺼 필요하면 배워오겠다. 뭐 대단한 걸 시킬라구..
4. 살면서 겪어왔던 성공과 실패
: 성공- 태어난 것이 기적 실패- 그 이후 줄곧. 오즈 야스지로 같은 대답을 하고 싶구나..
5. 자신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근무 태도와 바람직하지 않은 근무 태도
: 바람직 - 농땡이, 회사물건 삥땅치기 바람직X - 야근
6. 살면서 겪은 어려움과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한 노력
: 어려움 - 무직남으로 전락한 지금 노력 - 원서를 내고 있다
이미 삼성제국은 탈락, 르그전자도 탈락, 스크싸이월드도 탈락했다. 안하느니만 못한 원서질.. -_- 군대가기 직전까지만 해도 시험은 보면 다 붙었는데.. 아 왜 인간이 이렇게 된걸까?
내일은 경희와 유니클로에서 나온 질샌더 콜라보 구경을 가기로 했다. 첨엔 유니클로 옷을 질샌더 가격에 파는 게 아닐까 걱정했다. 가격대가 공개된 것을 그건 아닌 것 같으면서도, 오히려 좀 저렴한 편이니 옷이 별 볼일 없을것 같아 기대가 되질 않는다. 게다가 '브랜드 질샌더'가 아니라 '디자이너 질샌더'라며? 랖 시몬스가 디자인한 게 아니라면.. 예전에 푸마+질샌더를 생각해보면 별 볼일 없을 것같다. 그냥 그렇다고..
또 질문이 올라왔다고 문자가 왔다. 어제는 5시간동안 70개의 질문에 답을 달았는데, 오늘은 확실히 뜸하다. 중학생아, 횽아가 문제풀이를 해줄께! 기다려!
이 글을 읽을 나의 지인들이여 해피 추석되시고,
추석이 지나고 시간이 나면 내 생일 선물을 가지고 오시기 바란다. 당최 선물 뭐 해줄까 라고 물어보는 인간들이 몇 없구나..... 하하하. 인생 뭐 있나. (허나 생각해보면 작년에 받은 생일선물이 아직 고스란히 서랍에 들어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