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그랬다. 나는 걸음마를 배우지 않았다고. 돌이 지나서도 앉아만 있다가, 어느날 번쩍 일어나 성큼성큼 걸어다녔다고 한다. 내가 원체 성격이 그렇다. 실수하는 걸 싫어하고, 최대한 많이 생각하고 시작하고 싶어한다. 살아간다는 건 자기 자신을 버려간다는 것일까? 업무를 시작하고나서부터, 정말이지 태어나서 가장 속수무책이었던 것만 같다. 갖가지 실수들로부터 업무가 돌아가는 방식들을 많이도 배웠다-_-. 덕분에 좀 무던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단순 전산 작업이 9할인 업무에 대해 마냥 만족스럽진 않다. 그래도 이 팀에서 일하고 있다는 게 나쁘지만은 않다. 이래저래, 자본주의의 가장 막강한 실체인 '회사'와, 그 실체의 행위인 '거래'에 대해 조금이나마 잘 알게 되서.. 기분이 퍽 삼삼하다.

 지난달의 주말들은, 지난 한달만큼이나 다채롭게 바빴다. 3월 한달동안 가장 빨리 퇴근한 것이 여덟시 반이었고.. 날짜를 넘겨 귀가하기 일쑤였다. 사월이 되니, 그나마 좀 사정이 나아서 주말에는 아직 다 한 번도 출근하지 않았다.-_- 온 종일 뭔가 정신 없이 일을 하다가도, 저녁을 먹을 때쯤 되짚어 보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하루가 되었고, 금요일이 되고 주말이 되면 마음이 허하다가도 주말동안 해야지 싶었던 일들을 맘 한 구석에 차곡차곡 쌓아두지만 대부분은 제대로 끝마치지 못하고 넘어가 버린다. 그래도 어제는 무려 최신 트렌드 '직딩 미팅'을 성사시켰으며.., 오늘은 한달간 미뤄두었던 옷장정리를 마치고 비교적 깨끗해진 방을 보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예쁜 옷 입고 다니고 싶다. 날씨가 너무 좋다. 어느새 밤이 늦었다. 씻고 자야겠다.

Posted by toto le her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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