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엔, 터미네이터랄지, 세상이 진즉 망해버려서 결코 오지 않았을 거라 생각했고, 지금도 내년쯤 세상이 온통 무너지리라 믿어의심치 않지만, 도리어 속으로는 또 결코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 짐짓 여기는. 어쩐지 얼토당토 공상같은 년도. 2011년은 나의 아홉수였고, 나는 이제 서럽게 서른이 된다. 펜을 꺾고 책을 덮고, 달마다 꼬박꼬박 돈이 꽂히는 삶을 택했고, 그래서 내 삶은 반들반들 시들시들해졌다.
비정한 세상에서 제 밥벌이를 하고 살아간다는 것은 적잖이 쉽잖은 일이다. 때로 그것이 무척 쉬운 일인 사람도 있고, 한편으로는 애당초 불가능한 사람도 있는 가운데, 어쨌든 하루 세끼 밥먹고 예닐곱시간 몸 뉘어 긴장했던 근섬유들을 이완시킬 수 있는 일정한 시간을 보장해 줄 수 있는 '공간'에 대한 권리(그래도 최소한 시간만큼은 모두에게 비교적 공평하다, 그러나 공간의 경우에는 얘기가 다른 법이다)가 보장된다는 것은 차라리 권능에 가깝다. 그러나 소유권과 거래에 대한 공정성 혹은 기초적인 상호 신뢰조차 온통 의심받는 작금의 현실(그러니까 보수주의자들에게는 자본주의의 조정 단계, 급진주의자에게는 구조적인 위기) 속에선 그 일은 신성한 동시에, 거지같은 일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비교적 편하게 돈을 벌고 있지 싶다가도, 가끔은 이게 다 뭔가 싶어, 분하고 딱할 때가 있어 이빨을 깨물다가, 이러다 나이들어 치과의사에게 낼 돈이 아까워, 헤벌쭉 웃고 만다. 헤, 벌쭉.
올해의 사건
올 한해 동안 암수서로 정답게 노니는 '미팅' 따위를 서너번이나 했고, 지난 몇해간 잠시 못했던 밤 지새워 술마시기를 또 여러번이었으며..이렇게 말하면 열심히 논 것 같지만 실은 주당 노동 시간은 평균 60시간에 육박하고, 연애는 끝도 시작도 없었으며.. 세상 돌아가는 일은 참으로 복잡다단한데 난 참 단순한 삶을 살아서, 사건이 없다고 할 동시에 사사건건 사건이었다.
올해의 영화
오, 맙소사, 극장에서 본 영화가 거의 없다. <소셜 네트웍> <토이스토리3> 따위를 올여름이 되어서야 DVD로 보았고,
올해의 음반 :
thurston moore - demolished thoughts
yuck - (self title)
justice - music, video, dance
adele - 21
jayz+kanyewest - watch the throrne
올해의 가요 :
gd&top+춘여사 <오예>, 씨스타19 <마 보이>, 보드카레인 <숙취>, 캐스커 <wish>
올해의 책 : <긍정의 배신>
올해의 방송 : 무한도전 조정 특집
올해의 키워드 : 쫄지마 씨발
올해의 성취 : 월 100만원 적립
올해의 잘한 쇼핑 : 포이터리 다운 점퍼 (올해의 후회되는 절제 : 쥰지 더블 코트)
올해의 유머 : 도지삽니다
올해의 여행지 : 씨바 여행을 갔어야 좀 적지...............
올해의 관심사 : 노태우 언제 죽지?
올해의 남들은 다 좋다는데 난 별로 : 루시드폴 새앨범
올해의 남들은 다 싫다는데 난 좋아 : 남성용 어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