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왕이 비뚤게 앉아, 나이어린 신하에게 물었다.
우리나라는 예로 지고한 선왕들이 나라를 계승해오면서 이제껏 길러왔던 제도와 함양했던 정신을 따랐고, 모든 정무와 직책을 위로부터 복사하여 대리함으로 총괄하게 했다. 그러나 옛 문헌에 칭송했던 바와 같은 뛰어난 선비들은 찾을 수 없고, 자기직분을 다한 왕과 그 신하를 보았다는 말을 나는 듣지 못했다. 하여 우리나라는 과거형에 얽매여 있으며, 제도를 답습하고 직책을 돌보지 않으며 과인은 그것이 부끄럽다. 그물코를 잔혹히 얽어 물고기를 끌어올리듯 백성을 갈취하는 폐단은 일신우일신하여 백성의 장부에는 새로이 적히는 것이 없고, 권세있는 자들은 죄없는 자를 감옥에 넣으나 백성은 원통함을 하소연할 길이 없고, 시장에는 사리에 몰두한 자들이 교묘한 술책으로 물건을 팔고 있다. 그대들은 오래전부터 이 사태를 감당할 뜻을 품고, 공부로 기개를 떨치고자 했으므로 이에 관하여 오래 아파했을 것을 나는 안다. 과인이 지금껏 차린 덕이 없으나 다만 조상들의 큰 기업을 물려받아 과업을 이루려 하나 늘 기량이 부족하니, 그대들에게 가르침을 구한다. 오늘 내 책문을 통해 온 마음으로 내 고탄에 답하여 다오.
나이어린 신하는 이마를 바닥에 댄 채 뱃심을 울려 답했다.
소신은 일향 나라를 생각했으며, 옛날을 생각하고 또 오늘을 살아가는 서생으로, 요순의 정치를 연모하고 작금의 폐단을 비통해 해왔사옵니다. 비록 저는 앞뒤로 막혀 식견이 없고 한 것이라고는 죽은 자들의 글씨를 무딘 손으로 더듬은 바 외엔 없사오나 염치를 무릅쓰고 산골에서 올라온 것은 다만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이 분개에 달했기 때문입니다. 지금껏 지위가 하찮고 도량이 없어 책임을 다하지 못했고, 제 꾀가 시대의 정신을 설파하는 데에 미치지 못하였으나 성은이 망극하여 제 세치 혀를 놀릴 기회를 주시니 답하옵니다. 주상 전하께서 널리 사람을 구하여 저를 제외한 인재들을 조정에 들이시고 정치의 잘못을 엄중히 따지고 감당할 수 없던 진실을 구중궁궐에 밝혀 사방에 소리를 펴시고자 함을 소신은 아옵니다. 하여 소신의 오늘 아뢰는 말씀이 제 분수를 넘어서서 그 망령의 죄를 얻는다 해도 소신은 다음과 같이 답하겠습니다.
왕은 비뚤게 앉은 것을 고쳐 앉았다. 신하는 재차 이마를 바닥에 찧고 가일층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주상 전하께서 백성을 생각하심이 지극하오나 하늘이 그 뜻을 알고 땅이 그 뜻을 알아 저절로 천하가 화평하고 백성이 먹는 것이 윤택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전하께서는 제게 주신 말씀이 이미 답을 구하고 계십니다. 전하께서는 제게 주신 책문에서 스스로의 과오와 나라의 실책에 대해 거론하시지 않았나이까? 옛말에 분수에 넘치는 은혜와 요행을 바라는 청탁은 삼척동자도 수오지심을 느낀다 하였거늘, 무행 천박한 이들과 사리에 눈먼 소인배가 쌍지팡이를 휘둘러 지위를 얻고자 전횡하니, 이들에게 조정 관직과 종묘 사직을 주는 것은 중궁의 기강과 법도가 땅에 떨어진 까닭이옵니다. 또한 어진 신하가 바르게 간언하고 현명한 임금이 그것을 듣사오니, 이런 도리를 지켜야만 군과 신이 하나되어 올바른 정치를 논하오나, 임금의 허물을 바로잡는 일이 도리어 임금으로부터 죄를 얻는 일이 되오니 조정으로부터 초야에 이르기까지 모두 직언을 꺼리옵니다. 나라가 존속되려면 반드시 뿌리를 깊게 박고 흉풍에도 흔들림이 없어야 하거늘, 앞뒤로 부는 바람에 좌우로 몸을 비척이니 백성들이 나라에 의지하지 않고 다만 제 논밭 소출의 작은 성과에 급급해 먼 장래에 대한 생각을 잊고 지난날들을 그리워하니 이것이 곧 기근과 다를 바가 무엇입니까? 임금께서도 그러시나이다. 주상전하께서는 부디 오늘 이 자리에서 답을 구하고자 하는 뜻을 거두시옵소서. 대신 임금께서는 자기 수양에 깊이 뜻을 두시고 자만을 심원히 경계하여 교만을 버리고 게으름을 죄악시하며, 날로 덕을 닦고 공을 세우십시오. 만사가 쉽지 않겠사오나 흐트러짐이 없는 군주만이 백성의 칭송을 얻사옵니다. 나라가 망하는 것은 나라가 망하는 것이 아니라, 백성들이 그들의 군을 폐하고 다른 군을 붙잡은 것으로 압니다. 임금께서 임금되심은 그 조상으로부터 얻은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임금의 덕을 쌓으신 것으로 연유하여야 합니다. 하오니 조정의 신하들이 입발린 소리를 즐겨 아무리 전하의 덕을 높이 간할지라도 전하께서는 믿는 일이 없으셔야 하며, 존호를 물리치고 항상 스스로를 작게 여기시고 하늘을 경외하여 늘 다스림을 융성할 방도를 스스로에게 책문하시기를 간청하옵니다. 힘써 수양하고 부지런히 정치하여 다만 하늘이 만물을 다스릴 지혜를 주기를 희망하심을 그치지 않는 일만이 주상 전하의 급한 근심의 유일무이한 답임을 죽음을 무릅쓰고 삼가 아뢰옵니다.
왕은 한동안 말이 없다가, 좌우를 시켜 신하에게 큰 상을 내리고 그를 조정에서 쫓아냈다. 어린 신하는 초야로 돌아가 두려운 마음을 이기지 못해, 죽기를 무릅쓰고 살았고 왕은 그 뒤로 다시 근심하여 책문하는 일을 그치지 않았으나, 시대는 결코 태평성대를 찾지 못하였다.
우리나라는 예로 지고한 선왕들이 나라를 계승해오면서 이제껏 길러왔던 제도와 함양했던 정신을 따랐고, 모든 정무와 직책을 위로부터 복사하여 대리함으로 총괄하게 했다. 그러나 옛 문헌에 칭송했던 바와 같은 뛰어난 선비들은 찾을 수 없고, 자기직분을 다한 왕과 그 신하를 보았다는 말을 나는 듣지 못했다. 하여 우리나라는 과거형에 얽매여 있으며, 제도를 답습하고 직책을 돌보지 않으며 과인은 그것이 부끄럽다. 그물코를 잔혹히 얽어 물고기를 끌어올리듯 백성을 갈취하는 폐단은 일신우일신하여 백성의 장부에는 새로이 적히는 것이 없고, 권세있는 자들은 죄없는 자를 감옥에 넣으나 백성은 원통함을 하소연할 길이 없고, 시장에는 사리에 몰두한 자들이 교묘한 술책으로 물건을 팔고 있다. 그대들은 오래전부터 이 사태를 감당할 뜻을 품고, 공부로 기개를 떨치고자 했으므로 이에 관하여 오래 아파했을 것을 나는 안다. 과인이 지금껏 차린 덕이 없으나 다만 조상들의 큰 기업을 물려받아 과업을 이루려 하나 늘 기량이 부족하니, 그대들에게 가르침을 구한다. 오늘 내 책문을 통해 온 마음으로 내 고탄에 답하여 다오.
나이어린 신하는 이마를 바닥에 댄 채 뱃심을 울려 답했다.
소신은 일향 나라를 생각했으며, 옛날을 생각하고 또 오늘을 살아가는 서생으로, 요순의 정치를 연모하고 작금의 폐단을 비통해 해왔사옵니다. 비록 저는 앞뒤로 막혀 식견이 없고 한 것이라고는 죽은 자들의 글씨를 무딘 손으로 더듬은 바 외엔 없사오나 염치를 무릅쓰고 산골에서 올라온 것은 다만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이 분개에 달했기 때문입니다. 지금껏 지위가 하찮고 도량이 없어 책임을 다하지 못했고, 제 꾀가 시대의 정신을 설파하는 데에 미치지 못하였으나 성은이 망극하여 제 세치 혀를 놀릴 기회를 주시니 답하옵니다. 주상 전하께서 널리 사람을 구하여 저를 제외한 인재들을 조정에 들이시고 정치의 잘못을 엄중히 따지고 감당할 수 없던 진실을 구중궁궐에 밝혀 사방에 소리를 펴시고자 함을 소신은 아옵니다. 하여 소신의 오늘 아뢰는 말씀이 제 분수를 넘어서서 그 망령의 죄를 얻는다 해도 소신은 다음과 같이 답하겠습니다.
왕은 비뚤게 앉은 것을 고쳐 앉았다. 신하는 재차 이마를 바닥에 찧고 가일층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주상 전하께서 백성을 생각하심이 지극하오나 하늘이 그 뜻을 알고 땅이 그 뜻을 알아 저절로 천하가 화평하고 백성이 먹는 것이 윤택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전하께서는 제게 주신 말씀이 이미 답을 구하고 계십니다. 전하께서는 제게 주신 책문에서 스스로의 과오와 나라의 실책에 대해 거론하시지 않았나이까? 옛말에 분수에 넘치는 은혜와 요행을 바라는 청탁은 삼척동자도 수오지심을 느낀다 하였거늘, 무행 천박한 이들과 사리에 눈먼 소인배가 쌍지팡이를 휘둘러 지위를 얻고자 전횡하니, 이들에게 조정 관직과 종묘 사직을 주는 것은 중궁의 기강과 법도가 땅에 떨어진 까닭이옵니다. 또한 어진 신하가 바르게 간언하고 현명한 임금이 그것을 듣사오니, 이런 도리를 지켜야만 군과 신이 하나되어 올바른 정치를 논하오나, 임금의 허물을 바로잡는 일이 도리어 임금으로부터 죄를 얻는 일이 되오니 조정으로부터 초야에 이르기까지 모두 직언을 꺼리옵니다. 나라가 존속되려면 반드시 뿌리를 깊게 박고 흉풍에도 흔들림이 없어야 하거늘, 앞뒤로 부는 바람에 좌우로 몸을 비척이니 백성들이 나라에 의지하지 않고 다만 제 논밭 소출의 작은 성과에 급급해 먼 장래에 대한 생각을 잊고 지난날들을 그리워하니 이것이 곧 기근과 다를 바가 무엇입니까? 임금께서도 그러시나이다. 주상전하께서는 부디 오늘 이 자리에서 답을 구하고자 하는 뜻을 거두시옵소서. 대신 임금께서는 자기 수양에 깊이 뜻을 두시고 자만을 심원히 경계하여 교만을 버리고 게으름을 죄악시하며, 날로 덕을 닦고 공을 세우십시오. 만사가 쉽지 않겠사오나 흐트러짐이 없는 군주만이 백성의 칭송을 얻사옵니다. 나라가 망하는 것은 나라가 망하는 것이 아니라, 백성들이 그들의 군을 폐하고 다른 군을 붙잡은 것으로 압니다. 임금께서 임금되심은 그 조상으로부터 얻은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임금의 덕을 쌓으신 것으로 연유하여야 합니다. 하오니 조정의 신하들이 입발린 소리를 즐겨 아무리 전하의 덕을 높이 간할지라도 전하께서는 믿는 일이 없으셔야 하며, 존호를 물리치고 항상 스스로를 작게 여기시고 하늘을 경외하여 늘 다스림을 융성할 방도를 스스로에게 책문하시기를 간청하옵니다. 힘써 수양하고 부지런히 정치하여 다만 하늘이 만물을 다스릴 지혜를 주기를 희망하심을 그치지 않는 일만이 주상 전하의 급한 근심의 유일무이한 답임을 죽음을 무릅쓰고 삼가 아뢰옵니다.
왕은 한동안 말이 없다가, 좌우를 시켜 신하에게 큰 상을 내리고 그를 조정에서 쫓아냈다. 어린 신하는 초야로 돌아가 두려운 마음을 이기지 못해, 죽기를 무릅쓰고 살았고 왕은 그 뒤로 다시 근심하여 책문하는 일을 그치지 않았으나, 시대는 결코 태평성대를 찾지 못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