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이었음

최신시사상식 2009. 9. 28. 05:38

 스물여섯번째(이렇게 적어 한 해라도 깎는다) 생일이 지난지 다섯시간이 지났다. 글을 쓰고 있다. 쓰고 싶지 않아 했던 류의 글월이지만, 생각해보면, 만약 내가 '돈을 받고' 쓰게 된다면 응당 이런 종류일 수 밖에 없겠지 싶다. 수사(레토릭)가 하나의 내용을 다른 내용에 (무책임하게!) 연결시키는 협잡질이라 한다면, 무내용을 내용인 것처럼 꾸미는 음험하기 짝이없는 구라도 하나의 수사학이라고 인정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나는 사실 배움이 짧다.

 좌파와 우파, 쇼핑과 수용소, 문화이론와 문화산업, 패션과 반미학, 취향과 협상, 소비사회와 상징폭력, 노동과 포섭...그리고 욕망과 허무, 호승심과 나태, 공포와 열락. 이런 것들이 한데 뭉뚱그려져, 지난 몇 년간의 내 값없는 대학 시절의 끝에 얹혀 있다. 생일날 전후 나는 누추한 글을 쓰지 않기 위해 무던히 글을 읽었다. 그럴수록 세상의 말들에 담긴 구체성을 내가 감당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간 나는 항상 떠들썩한 생일날을 좋아라 했다. 선물 주고받는 걸 좋아했고 웃고 떠드는 걸 즐겼다. 올해 내 생일은 참 조용히 지나갔다. 다만 옆을 지켜주는 내 사람이 많은 걸 채워주었다. 그걸로 됐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문득 기분이 남루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어제오늘 뜻밖에도 많이들 축하를 해 주었다. 그러니 그것은 내 주변 사람들에 대한 섭섭함은 아니다. 다만 내 부덕 혹은 무능이 내 스스로를 조금은 움츠러들게 했을 뿐이다.
Posted by toto le her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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